흙내음이 마음을 채운다.
도시의 소음은 발치 아래 아스라이 멀어지고,
발끝에 밟히는 마른 흙의 감촉이
오늘 하루의 조급함을 천천히 가라앉힌다.
햇살은 소나무 가지 사이로 부서져 내 노트 위에 평온한 그늘을 만든다.
잊고 있던 감각들이 다시 깨어난다 — ‘느림’, ‘다정’, ‘머무름’.
누군가는 이곳을 낮은 뒷산이라 부르겠지만, 나에게는 숨을 고르는 벤치다.
굽이진 길 위에서 일산의 풍경을 내려다보면 시간이 늦춰진 듯, 나도 함께 고요해진다.
삶은 늘 버겁고 소란스럽지만, 이 순간만큼은 투명하다.
숲은 흔들리고, 나는 그저 숨을 쉰다.
그것만으로 충분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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